
버클리를 떠올리면 자유와 사상의 도시가 먼저 그려진다. 언덕 위 캠퍼스와 젊은 지성의 공기. 그러나 그 도시 한편에는 오래도록 한국어 문장을 지켜온 사람들이 있다. 시를 쓰고, 수필을 읽고, 서로의 문장을 고쳐 주며 시간을 견뎌온 이들. 그 모임이 『버클리문학』이다.
2009년, 스무 명 남짓한 문우들이 모였다. 이민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쓸 것인가. 그 질문은 취미의 차원을 넘어섰다. 버클리를 거점으로 베이지역 디아스포라 문학의 중심이 되고, 한국과 이민 문학을 잇는 다리가 되겠다는 뜻이 모였다
2013년, 『버클리문학』 창간호가 출간되었다. 시·소설·에세이 50여 편이 한 권에 담겼다. 동포 문인들뿐 아니라 한국의 저명 작가들, 그리고 버클리대 교수 로버트 하스 시인과 김경년 시인의 대담을 한영으로 수록하며 문학적 지평을 넓혔다. 미국과 한국 문학이 한 책 안에서 교차하는 장면이었다.
『버클리문학』은 발간에 머물지 않았다. 문학 강좌와 창작 아카데미를 열고, 한국의 교수와 작가들을 초청해 함께 공부했다. 낯선 땅에서 한국어로 쓴다는 것은 고독한 일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문장이 혼자가 아니었다. 서로의 글을 읽고 다듬으며, 한 사람의 문장이 공동체의 힘으로 자라났다.
특집에는 송기한 교수의 「한국시에 나타난 버클리」, 김외곤 교수의 「소설에 나타난 미국의 관문 샌프란시스코」, 김홍진 교수의 「한국 문학에 나타나는 대미의식의 양상」이 실렸다. 고은, 오세영, 김기택, 함성호, 장대송, 문정희, 최정례 시인의 작품도 함께했다. 지역 문학지이면서도 시야는 넓었다.
2016년 제3호에는 55명의 작품이 실렸다. 신인상이 발표되었고, 새로운 이름들이 문단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10여 명의 시인이 배출되었고, 20권이 넘는 시집과 수필집이 세상에 나왔다. 누군가의 첫 책은 한 개인의 성취이자, 공동체가 함께 밀어 올린 결실이었다.

출처: 미주한국일보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230818/1477851
이 모임의 모토는 단순하다.
“평생 글친구.”
문학이 생업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평생 함께 읽고 쓰는 친구가 있다면, 그 시간은 이미 충분히 값지다.
해마다 이어지는 송년 모임에서는 시 낭송과 노래가 오간다. 창작의 고독을 지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자리다. 문학은 종이 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삶 속에서 숨 쉬고, 사람들 사이에서 이어진다.
버클리에서 한국문학은 변방으로 남지 않았다. 이민자의 삶 속에서 다시 쓰이며, 새로운 좌표를 만들었다. 베이의 바람이 부는 저녁, 누군가는 작은 서재에서 한국어 문장을 붙들고 있었을 것이다.
이곳에서도, 한국은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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