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은 미국 첫 이민 이야기(PDF)
“저는 오랫동안, 수평선과 지평선을 바라보며 고향생각만으로도 위
로받던 분들의 눈길 발길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1875년 건축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팰리스 호텔은, 1883년 갓
을 쓴 조선인들이 일주일 간 머물며 미국과 친선외교를 벌였던 곳
입니다. 그것을 아는 사람이 드문 만큼 1908년 3월 22일 유명한 페
어먼트 호텔 로비에서 일어났던 일을 아는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미국 본토로 들어오는 관문인 샌프란시스코는 암울했던 동양의
작은 나라 조선인들이, 두려움은 뒤로 한 채 꿈과 희망으로 태평양
을 건너 뿌리내렸던 한인이민의 정착지입니다. 도착하자마자 대지진
등 험난한 정착과정을 거치며 그분들은 많은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언어 장벽과 인종차별, 밤낮 없는 중노동에다 결혼상대는 물론
국적조차 없는 그야말로 위험수위를 넘는 환경이었지만, 비장하고도
단호하게 나라와 민족 사랑의 날을 세웠던 분들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수평선과 지평선을 바라보며 고향생각만으로도 위
로받던 분들의 눈길 발길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분명한 색깔로 조국
을 위해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놓은 행동하는 양심으로 적극적이
긍정적으로 사신 분들입니다. 하지만 그토록 갈망하던 조국의
해방을 보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분들의 아픔과 소외와 소
통하는 동안, 오랜 세월 이어지는 민족의 얼과 넋은 기록을 통해서
만 선명한 유산으로 남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진실 된 최선의 삶을 살다갔다면 그것이 언제이든 위대한
완성이라는 말에 위로를 받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시민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일생을 바치신 서
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님과, 교육과 문화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
신 이수성 전 대한민국 국무총리님의 격려는 제가 자긍심과 책임감
으로 일에 매진하게 한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김주현 독립관장님의 추천은 무명의 독립유공자로 쓸쓸히 영면하
신 모든 첫 이민께 공로패를 전달해 주신 것 같아 감사를 드립니다.
이민연구에 근간을 마련하셨던 김근태 전 샌프란시스코 이민 백주
년 기념사업위원장님의 격려와 문헌으로 사진으로 자료를 제공해주
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열정과 집념으로 인간의 한계와 시대에 도전했던 분들을 하룻밤
에 다 읽기는 쉽지 않지만, 그 중 단 한 분의 이야기라도 그 분의
숨결로 느끼고 색다른 감동을 얻는다면 제 길었던 여정의 보람이라
하겠습니다.
2008년 9월 25일
‘북산책’ 대표 김 영 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