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O의 마지막 글자 ‘O’의 비밀: 오클랜드의 ‘O’일까? 샌프란시스코 공항 코드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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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여행의 시작과 끝, 우리는 공항에서 수없이 ‘SFO’라는 세 글자를 마주합니다. 비행기 티켓에도, 수하물 태그에도, 공항 안내판에도 선명하게 새겨진 이 코드. ‘SF’가 당연히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의 약자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글자 **‘O’**는 대체 어디서 온 걸까요?

많은 여행자, 심지어 일부 현지인들조차 만 건너편 도시 **오클랜드(Oakland)**의 ‘O’가 아닐까 하고 추측하곤 합니다. 혹은 샌프란시스코 도시 계획과 관련된 비밀스러운 약어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기도 하죠. 오늘은 샌프란시스코 여행자들이 한 번쯤 품어봤을 이 작고도 흥미로운 미스터리의 열쇠를 함께 풀어보려 합니다. 그 속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항공 시대의 흥미로운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1. 두 글자의 시대: 항공 시대 여명기의 공항 코드

이야기는 20세기 초반, 항공 산업이 막 태동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설립되기 이전, 대부분의 공항은 미국 국립기상청(National Weather Service)에서 사용하던 두 글자 코드로 식별되었습니다. 이 방식은 매우 직관적이었죠. 로스앤젤레스는 LA, 피닉스는 PH,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는 SF였습니다. 간단하고 명료했죠.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항공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문제는 시작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항 수가 급증하자, 650개에 불과했던 두 글자 조합만으로는 모든 공항에 고유 코드를 부여하기가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항공 교통의 안전과 효율성을 위해 새로운 시스템이 절실해졌습니다.


2. 세 글자의 탄생, 그리고 코드 이름 짓기의 대혼돈 시대

1945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설립되면서 모든 공항에 세 글자 코드를 부여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이로써 가능한 코드 조합은 15,600개 이상으로 늘어났죠. 이때의 유일하고도 가장 중요한 규칙은 ‘어떤 두 공항도 같은 코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코드 이름을 짓는 데 있어 통일된 규칙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코드 이름 짓기의 대혼돈 시대’가 열린 셈이죠. 각 공항과 도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섰고,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재미있는 사연을 가진 다양한 공항 코드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 규칙 1. 가장 쉬운 방법, ‘X’ 더하기: 많은 공항들이 기존의 두 글자 코드 뒤에 단순히 ‘X’를 붙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포틀랜드(PD)는 PDX가 되었고, 로스앤젤레스(LA)는 LAX가 되었습니다. ‘X’에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비어있는 글자를 붙인 것이었죠.
  • 규칙 2. 도시 이름 따오기: 가장 직관적인 방법입니다. 오클랜드(Oakland)는 도시 이름의 첫 세 글자를 따서 OAK가 되었고, 보스턴(Boston)은 BOS가 되었습니다.

  • 규칙 3. 인물의 이름 기념하기: 공항의 공식 명칭이나 그 지역의 상징적인 인물 이름의 약자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은 JFK가 되었죠.

  • 규칙 4. 과거의 흔적, 사라진 이름 기억하기: 어떤 공항 코드는 이제는 사라진 과거의 지명이나 이름에서 유래하기도 합니다.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의 코드가 ORD인 이유는, 과거 그곳이 ‘오처드 필드 공항(Orchard Field Airport)’으로 불렸기 때문입니다. 뉴올리언스 공항의 MSY는 ‘모이산트 스톡 야드(Moisant Stock Yards)’라는 옛 지명에서 비롯되었죠. 마치 그 장소의 역사를 품고 있는 암호와도 같습니다.

  • 규칙 5. 특별한 예외 조항: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규칙도 있었습니다. 뉴저지의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이 NEW가 아닌 EWR인 이유가 대표적입니다. 미국에서는 ‘N’으로 시작하는 코드를 해군(Navy)에서 독점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민간 공항은 ‘N’으로 시작하는 코드를 쓸 수 없었던 것이죠.


3. 마침내 밝혀진 진실: SFO의 ‘O’는 어디에서 왔을까?

자, 그럼 다시 우리의 질문으로 돌아와 볼까요? 샌프란시스코의 SFO는 과연 어떤 규칙을 따랐을까요? 샌프란시스코 공항 박물관(SFO Museum)의 전문가 존 힐(John Hill)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추측하는 것처럼 ‘O’는 오클랜드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오클랜드 공항(OAK)은 샌프란시스코 공항과 거의 같은 시기에 자체적인 세 글자 코드를 부여받았습니다. 두 도시의 코드를 섞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었죠.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하고 허무할 정도로 명료합니다.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는 기존의 두 글자 코드 ‘SF’에, 도시 이름의 마지막에 있는 글자 **‘O’**를 붙여 SFO가 된 것입니다. 가장 편리하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세 글자 코드를 만들어낸 셈이죠. 어떠한 복잡한 비밀이나 숨겨진 의미도 없이, 그저 이름 안에 답이 있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여 ‘SFO’라는 코드를 마주하게 된다면, 그 마지막 글자 ‘O’를 보며 씽긋 미소 지을 수 있을 겁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코(KO)의 끝 글자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죠.

여하튼 SFO도 항공 산업의 격동기, 전 세계 공항들이 저마다의 정체성을 찾아가던 시절의 작고도 재미있는 흔적입니다. 어쩌면 모든 공항 코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이야기책과도 같습니다. 다음 여행에서는 여러분이 방문하는 도시의 공항 코드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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